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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시커먼 놈         

“왜 이래? 좀 까리해서 시선이 가긴 하지~?”

폼생폼사, 귀에도 양 쪽에 각각 세 개씩 피어싱을 하고 있는 멋에 살고 멋에 죽는 남자. 정확히는 가죽과 검은 색 옷, 반짝이는 무언가에 만족감을 느끼는 희대의 가죽 러버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그는 한 겨울에도 가죽 옷을 입고, 한 여름에까지 가죽 옷을 입는다. 남들이 보기엔 물릴 만도 하지만, 그의 옷 바리에이션은 징이 박혔느냐, 체인이 달렸느냐, 털이 달렸느냐의 차이일 뿐…. 일년삼백육십오일 굳이 가죽과 관련된 옷을 입고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녔다. 특히나 그 선글라스! 한 밤 중에까지 끼는 건 대체 무얼 위한 건지! 일단 외모 자체는 평범한 밀빛 머리에, 하늘색 눈이긴 하다. 그런데… 눈은 볼 일이 있나?

  일확천금        

“아, 이번엔 진짜 된다니까?”

그의 손에는 항상 복권이 들려 있었다. 파워볼, 메가밀리언, 어떤 거든 가리지 않았다. 꿈자리가 좋으면 사고, 아침에 날이 좋으면 사고, 그냥 본인 기분이 좋으면 사고, 심지어 기분이 나쁘니 스트레스를 해소해야겠다며 사버리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매번 그는 당첨 번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걱정 마, 이번엔 성공한다!” 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 행복해 하곤 했다. 심지어 이번엔 당첨될 거니 직업 따위 구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며 길 가는 사람한테 반문까지 했다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찔렸는지 뭔지. 물론, 지금까지 당첨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랜드 필드의 학생?      

“어어, 나도 그랜드 필드의… 거, 무슨 과더라.”

무슨 소리! 이 학교를 2년 이상 다닌 사람들은 해럴드에 대해 알고 있다.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날에는 이 학교 학생마냥 슬그머니 자리잡아 폼을 재고, 어느날엔 중고로 싸게 산 그랜드 필드 로고가 박힌 후드티까지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가죽만 입는 그에겐 아마도 큰 결심이 아닐까 싶지만…. 이제와서 믿기엔 ‘자칭 그랜드 필드의 복학생’ 이라는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기에 속은 사람이 없었다. 그야 매번 말할 때마다 자기가 폼나다고 생각하는 과를 붙여대니 그럴만 했지. 이러고 있으면 번호라도 따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왁스까지 꼼꼼히 하고 온 날엔 안타까움까지 느껴지곤 했다. 어쨌든, 매번 학교가 오픈 되는 날때마다 ‘또 왔어?’ 싶을 정도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 하릴 없는 녀석.

  중요한 건 폼이다!         

“중요한 건 폼― 이지.”

돈이 많나? 싶을 정도로 최신형 아이폰에, 나름 비싼 가죽 재킷을 입고 다닌다. 엄청나게 돈이 많은 편은 아닌지, 명품 재킷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돈이 있을 땐 그때그때 자신이 제일 끌리는 걸 냉큼 사오는 하루살이 인생. 선글라스는 나름 비싼 걸 샀는지, 새로운 걸 살 생각도 못하고 매번 기스 하나 날 까 애지중지 뽀독뽀독 닦아대고 있는 중이다. 애칭도 힙하게 Hell. 굳이 없는 l을 하나 더 붙여 싸인으로 쓰곤 한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건 역시 돈! 폼! 멋! 끼! 그리고 운빨!

  싫어하는 건?                

나를 낮잡아 볼 때. 별거 아닌 거로 취급할 때. 비오는 날(가죽 재킷 입으면 줄어드니까), 여름(가죽 재킷 입으면 더워서), 제 옷에 뭔가 묻는 것. 더러운 흙바닥. 어쨌든 까리하지 못한 것.

  개인 소지품      

최신형 아이폰, 복권, 여분의 선글라스(딱 하나 비상용이 있다.), 가죽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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