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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ly            

잘 관리된 잿빛의 곱슬머리와 노란 눈동자. 부끄럽지도 않은가? 새하얀 머리띠에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잘도 입고 있다. 공주님 납셨네! 이러한 옷차림을 본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눈물을 찔끔 머금고 잔뜩 움츠러드는 주제에, 슬 눈을 흘기며 소심하게 소리치곤 했다.


“…너나 잘하세요..!”

  Watson            

음악가 집안으로 유명한 왓슨 가 출신의 막내 아가씨.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고풍스러운 가풍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언행부터 옷차림까지. 교내에선 여러 이유로 조롱거리가 되곤 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스타일을 고수하는 모습은 조금 우스워보일지도.

 

저명한 피아니스트 아버지에 대형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어머니. 바로 위로 이름난 바이올리스트 오라비까지. 그 뒤를 따라 릴리 역시 하프를 전공하고 있으며, 

학기 도중 가족들의 갑작스런 이사로 인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눈에 띄게 훌륭한 재능있는 연주자는 아니나… 

천재로썬 애매하지만 만들어진 수재로써는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다. 끊임없는 반복된 노력 속에 연주에 티가 없고 깔끔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며 기교없이 정직하게 악보 그대로 연주한다는 점에서 모두의 조화가 중요한 관현악단 특성상 평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저 그 ‘왓슨’의 아이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른 이들이 멋대로 실망할 뿐. 

환경 탓에 자존감은 낮으나, 자존심은 강한 전형적인 타입.

 

왓슨 이름을 달고 있는 음악천재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막내까지 천재이길 바라는 건 좀…좀..좀…양아치들 아냐?

 

나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구요!

  불운      

릴리의 주위엔 언제나 사건 사고가 잇따랐는데, 그저 덜렁거리는 것이라고 퉁치기엔 그 빈도수와 형태가 기이할 정도로 자의가 아닌 타의, 혹은 온갖 우연, 타이밍, 자연재해까지 겹쳐가며 하루를 죽쑤곤 했다. 그렇다. 릴리 왓슨은 엄청나게 운이 나빴다.

 

한참 멀리서 넘어진 사람이 들고 있던 밀크쉐이크가 날아와 머리에 뒤집어쓴다던가, 해외에서 큰맘먹고 주문한 하프가 선박채 홀라당 타버린다던가, 좋아했던 학생이 제 절친과 사귀는 중이었다던가..(이건 운이 나쁜 것과 관련 없을지도.) 

끊임없이 안 좋은 일만 들이닥치니, 자연스럽게 성격이 비관적이게 변한 모양이다.

 

안 좋은 일만 반복되는 삶을 살다보니, 웬만한 불행에도 초연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진 적도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문장 그대로, 간이 부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때문인지 소극적인 태도와는 상반되게 한 번 입을 열면 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는데… 험악한 생김새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건 좀 치졸한 짓 아닌가요..?” 하는 말을 뱉는다거나, 대충 거짓으로 얼버무려도 될법한 상황에서 굳이굳이 진실을 꺼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던가. …죽어도 빈말은 뱉지 못하는 솔직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비관적이고, 재능도 없고, 운도 없는 릴리에게 남은 건 악과 깡뿐이었으니...

  화끈한? 일탈!           

다른 이들의 조언에 따라 UGF미식축구팀 친선경기의 승패내기에 무려 200달러나 배팅했다!

확실하게 돈을 따낼 수 있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간 것.(이겨도 파이를 쪼개 먹을 이들이 많아 개인에게 할당되는 금액이 적을 게 분명해 상대적 호구인 릴리에게 큰 돈을 걸게 한 모양이다.)

 

평소같았으면 행운의 여신에게 버림받은 듯한 제 인생을 되짚어 보며 구석에 박혀 응원이나 했겠지만… 축제의 열기에 휩쓸려 용돈을 홀라당 자진납세했다.

  개인 소지품      

지갑 , 휴대폰, 초콜렛(5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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